이란 의회의 ‘봉쇄 결의’ 의미해석
2025년 6월 22일,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중동은 또 한 번 긴장 국면에 돌입했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전략적 요충지의 폐쇄는 단순한 지역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에너지 안보와 국제질서에 직결된다. 그러나 의회 결의 이후 실제 봉쇄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변수와 제약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이란 내부 여론, 국제법적 쟁점, 그리고 현실적 가능성을 중심으로 현 상황을 해석하고자 한다.

봉쇄 결의의 정치적 맥락
이란 의회의 ‘봉쇄 결의안’은 실질적인 법적 강제력을 갖기보다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다만, 이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이란 내 정치 역학과 무관하지 않다. 강경 보수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란 의회는 최근 미국의 드론 공습과 정밀 타격, 이란 핵시설에 대한 침투 작전 등에 강하게 반발하며 국가적 대응을 촉구해왔다. 이에 따라 의회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혁명수비대(IRGC)에 ‘전략적 결단’을 요구하는 상징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란 내부 여론 – ‘자주냐, 고립이냐’의 갈림길
이란 국민들의 여론은 복잡하고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강력한 자주권 수호에 대한 지지가 있다. 미국과 서방의 지속적인 경제 제재, 핵합의(JCPOA) 탈퇴, 이란 과학자 암살 등으로 쌓인 분노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지렛대’를 통한 압박 논리에 힘을 싣는다. 특히, 젊은 세대보다는 1979년 혁명 세대, 종교 및 보수 기반 지지층에서 봉쇄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적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란 국민 대다수는 수년간의 경제 제재로 인해 고물가, 물자 부족, 실업률 상승을 겪어왔다. 해협 봉쇄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가 강화되거나, 군사 충돌로 이어질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테헤란 대학의 정치학자 하미드 자레 교수는 “정치적 자존감과 생존의 균형을 놓고 국민 다수가 갈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법의 관점 – ‘공해의 자유’ vs. ‘주권의 방어권’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를 가르는 좁은 수역으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국제해협’(international strait) 으로 규정된다. 이에 따라 모든 국가는 무해통항권(innocent passage) 을 보장받는다.
이란은 UNCLOS 가입국은 아니지만, 국제관행상 해당 협약의 ‘관습법’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반적 해석이다. 즉, 이란이 일방적으로 해협을 봉쇄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며, 심각한 외교·군사적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이란은 이를 ‘주권적 방어 조치’로 주장할 수 있다. 즉, 자국 안보가 외부 공격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경우, 해협 통제를 통해 위협 요소를 제거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이 인정되기 위해선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위협’ 이 존재해야 하며, 그 비례성과 필요성 역시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정치적 목적의 봉쇄는 국제사회에서 정당화되기 어렵다.
군사적 현실과 전략적 계산
이란은 이미 수차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국 무인기 격추, 상선 나포, 기뢰 부설 등 다양한 ‘저강도 대치’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전면 봉쇄는 차원이 다른 도발이다. 특히 미국 제5함대가 바레인에 주둔 중이고, 영국, 프랑스 등 유럽 해군도 아덴만과 페르시아만 일대에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어 즉각적인 무력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
더욱이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이란 석유 수입국들은 해협 안정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이란이 이들 국가와의 경제적 관계까지 위협하게 되면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란이 실제로 봉쇄를 감행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충돌의 위험, 경제적 고통, 외교적 고립이라는 삼중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상징적 행동으로 외교전을 앞둔 포석
이번 의회의 결의는 현재로서는 ‘상징적 봉쇄’, 즉 외교적 압박과 내부 결속용 카드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최종 결정, 군사적 배치, 외교적 고려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으며, 실제 봉쇄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란과 미국 사이의 적대적 기류가 계속될 경우, 이 결의는 향후 협상 또는 군사적 충돌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중동의 해상 물류망은 언제든 불씨 하나로 흔들릴 수 있는 지점에 놓여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란의 ‘봉쇄 결의’가 실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외교적 중재와 전략적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 미국 언론의 분석 – 현지 상황
- 결의안 통과
- 뉴욕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6월 22일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결의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는 이란의 최고안보회의(SNSC) 최종 승인 필요하다고 언급
- 로이터에 따르면, 이 결의는 일종의 정치적 압박 카드이며, 실제 봉쇄는 “국가 핵심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에만 시행” 가능
- 의미와 파급력
- 해당 결의 자체는 상징적 메시지로 해석되며, 실제 봉쇄는 매우 큰 정치·군사적 부담을 수반한다는 분석이 다수
- 유라시아그룹 등 외교·시장 분석가들은 “이란이 자충수가 될 수 있으며, 움직이더라도 미국 및 동맹의 즉각적 대응에 직면하여 유지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
- 경제·시장 반응
- 블룸버그·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현재는 의회 결의 자체로 유가가 즉각 급등하지는 않았으며, 결의 소식이 전해진 후 약간의 시장 불안 심리만 있었던 상태
🔎 봉쇄를 실제로 추진하려면?
이란이 봉쇄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복합·다계층적 절차 및 준비 과정이 필요
- 의회 → 최고안보회의 승인 (SNSC)
- 의회 결의는 첫 단계이며, 이후 SNSC 승인 및 대통령 명령이 따라야만 공식 조치로 실행
- 군사 준비 및 작전 계획
- A2/AD (반접근/지역거부) 전략 하에, 해협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무기 배치 필요
- 해상 기뢰, 반함미사일, 무인기, 소형 고속정, 잠수함 등
- 지상 발사 미사일 및 해안 방어 체계, 공중·지대지 미사일 지원까지 통합해야 가능
- A2/AD (반접근/지역거부) 전략 하에, 해협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무기 배치 필요
- 외교·경제적 계산
- 봉쇄가 곧바로 이란 본국의 수출과 경제에 타격이 가해지며, 주요 교역국인 중국 역시 반발할 수 있음
- 오만과 UAE 등 해협 남쪽 국가들이 물류·경제적 손실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제재 압력 또한 상존
- 미국 및 동맹국의 대응
- 미 5함대(바레인 소재)와 영국·프랑스 등 주요 해상세력이 즉각 개입할 가능성이 높음arabnews.com.
- 군사적 대응은 물론, 외교·경제 제재 등 전방위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됨
결론적으로, 의회의 “봉쇄 결의”는 전략적 압박과 경고 메시지에 가까우며, 실제 봉쇄 시행은 SNSC 승인 후 A2/AD 준비 완료, 외교·경제 역풍, 국제군사 대응 등을 모두 고려해야만 가능한 매우 도전적인 상황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