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표선중고등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본 AI·IB 교육의 시너지
인공지능 시대, 교육은 다시 질문을 받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교육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정답을 암기하는 능력’만으로는 미래 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 정보의 양은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며, 반복적 사고는 기계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력, 융합적 사고력, 그리고 자기주도성과 협업 능력이다. 이같은 역량을 체계적으로 길러주는 모델로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IB 교육의 4대 핵심 가치, AI 시대 역량과 ‘정교하게 맞물리다’
IB 교육은 단순한 교육 과정이 아니라 철학이다. ‘탐구 기반 학습’, ‘개념 이해 중심’, ‘글로벌 시민 의식’, ‘자기 주도성’이라는 4대 축은 AI 시대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사고방식과 깊은 상응 관계를 맺고 있다.
- 탐구 기반 학습은 정보의 진위를 가리고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사고 역량이다.
- 개념 중심 학습은 데이터 간 관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사고 훈련으로, AI가 제시한 ‘패턴’을 해석하고 응용하는 인간의 역량을 확장시킨다.
- 글로벌 시민 의식은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이해하는 역량으로, 초국가적 협업이 중요한 AI 개발 및 응용 현장에 필수이다.
- 자기 주도적 학습은 AI 기반 학습 환경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개인화된 학습 경로를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제주 표선중고 사례: 공교육 속 IB, 현실로 증명된 가능성
국내 공교육 최초의 IB 월드스쿨인 표선고등학교는 2021년부터 전교생이 IB 교육을 이수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 학교의 사례는 “IB가 이상적인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교실에서 작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조사하고 구성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과제 수행 중심의 수업에서 자기주도적 탐구 역량과 논리적 사고력을 키웠다. 그 결과, 고등학교 3년 내내 IB 프로그램을 이수한 첫 졸업생 다수는 국내외 주요 대학에 합격했고, 중하위권 학생들까지 학업 역량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AI 기술과의 시너지: IB 교육이 만들어 낼 미래 교실
표선중고는 아직 AI 기반 도구를 전면 도입하진 않았지만, IB의 교육 철학은 AI와의 접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 AI 분석 도구를 활용하면 학생 개개인의 탐구 성향, 학습 약점, 성찰 지점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정교한 개별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 VR·AR 기반의 몰입형 실험 공간은 IB의 개방형 과제를 시공간의 제약 없이 구현할 수 있다.
- TOK(지식이론)나 EE(확장 에세이)와 같은 과목은 AI 윤리, 데이터 편향, 알고리즘 투명성과 같은 주제를 직접 다룰 수 있어,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적 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
기회와 도전 사이에 선 한국 IB 교육의 미래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20여 개 학교가 IB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구, 경기, 충남 등에서는 지역형 IB 모델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와 수능 중심의 대입 체계가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IB 교육의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완이다.
표선중고는 인기 증가에 따른 입학 경쟁 심화와, IB 교육의 입시 수단화 우려라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또한 교사들의 연수 및 평가 역량, AI 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 교육청의 중장기 지원 정책 역시 IB 교육의 안정적 확산을 위한 핵심 과제다.
결론: ‘AI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 ‘AI와 함께 문제를 푸는 사람’의 시대
표선중고의 IB 교육은 단순한 ‘새로운 교육 방식’이 아니라, 우리 교육의 방향성을 바꾸는 실험이다. AI가 더 발전할수록 인간 고유의 역량, 즉 탐구, 해석, 공감, 성찰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 점에서 IB는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길을 찾는 나침반’**이자,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지금 한국 교육이 이 실험에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