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사협력의 미래 시나리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 충족에 상당한 진전.”
9월 25일, 한미 국방당국이 공동 발표한 이 문장은 단순한 군사적 기술적 진보가 아니다. 70년 넘게 이어져 온 한미동맹 구조 속에서 ‘누가 한국군을 지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시 불을 붙였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잦아드는가 싶으면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아시아 전략, 한국 사회의 자주국방 논의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전작권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 전작권 전환, 70년 동맹사 속 미뤄온 과제
전작권 문제의 뿌리는 1950년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발발 직후, 한국군 작전지휘권은 유엔군사령관(미군)에게 이양되었고, 이후 한미연합사 체제 아래 유지되어 왔다. 1994년 평시작전권은 한국군에 환수되었지만, 전시작전권은 여전히 미군이 쥐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자주국방’ 기조가 강화되면서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합의가 이뤄졌다. 즉, 특정 연도에 일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이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 ▲안보 위협 감시·정찰 능력, ▲지휘통제 능력 등 3대 조건을 갖추었을 때 전환한다는 방식이다. 이번에 한미가 밝힌 “상당한 진전”은 바로 이 조건 충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의미다.

2. 북한 리스크와 전작권 전환의 현실성
문제는 북한이다. 최근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핵추진 잠수함 등 신형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만약 전작권이 전환된다면 한국군이 단독으로 북한 도발을 지휘·대응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찬성론자들은 “한국군 역량이 이미 충분하다”며, 미국의 ‘그늘’ 속에만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반면 우려하는 쪽은 “북핵이 완전히 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은 전작권 전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와 방식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3. 미국의 전략: 중국 견제와 한국의 역할
미국이 전작권 전환 논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전략적 배경이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아래 중국을 견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보조적 동맹 파트너’로서, 지역 방어에서 더 많은 자율적 책임을 떠맡기를 미국은 기대한다.
즉, 전작권 전환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방위를 한국이 주도하게 함으로써, 미국이 보다 넓은 지역(대만 해협, 남중국해)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셈이다.
4. 한국의 안보 자율성 vs 동맹 의존성
한국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정치적 견해가 갈린다.
자율성 중시론자들은 “전작권 환수는 국가주권 회복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강조한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이 ‘중견국 외교’를 펼치려면 군사적 독립성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전작권 전환은 곧 미국의 ‘핵우산’ 신뢰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는 이상,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방비 증가 부담, 군 지휘체계 개편 등 국내적 과제도 적지 않다.
5. 앞으로의 시나리오
앞으로 전작권 전환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다.
① 완전 전환: 한국군이 연합사 지휘권을 모두 인수하고, 미군은 지원 역할로 전환한다. 이 경우 한국의 군사적 자율성은 확대되지만, 북한의 도발 억지력에서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② 부분 전환: 특정 작전영역(예: 사이버, 해양 등)은 한국군이 주도하고, 핵심 억지 영역은 미군이 맡는 ‘병렬형 모델’. 현실적 절충안으로 꼽히지만 지휘체계가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
③ 무기한 연기: 조건 충족을 이유로 계속 연기되는 방식. 안정적이지만, 한국의 자주국방 이미지는 약화되고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결론: 동맹 재구성의 시험대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군사적 권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얼마나 자율적인 안보 주체로 설 수 있는지, 미국이 얼마나 동맹국의 역할을 재편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앞으로 몇 년간 한미 간 협상, 북한의 전략적 행동, 동북아 전체의 세력 균형이 얽히면서 전작권 전환 논의는 단순한 ‘조건 충족 여부’를 넘어, 한반도 안보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 전작권 전환 분석 핵심 포인트
1. 전작권 전환 3대 조건
조건 | 내용 | 현재 평가 |
---|---|---|
북핵·미사일 대응 능력 | 한국군이 자체적으로 북한 핵·미사일을 탐지·요격·대응할 수 있는 능력 | 상당한 진전 (미사일방어체계 강화 중) |
감시·정찰 능력 | 독자적 위성, 드론, 정보수집 자산 확보 | 여전히 미군 의존도 높음 |
지휘통제(C4I) 능력 | 합동지휘체계 구축 및 연합작전 능력 | 단계적 개선 진행 |
2. 찬반 논거 비교
찬성 측 (자율성 강화) | 반대 측 (안보 불안 우려) |
---|---|
국가주권 회복의 마지막 과제 | 북한 핵 위협 속 전환은 시기상조 |
한국군 역량은 충분히 성장 | 미국 확장억제 신뢰 약화 가능성 |
중견국 외교 위상 강화 | 국방비·체계 개편 부담 가중 |
3. 향후 3가지 시나리오
- 완전 전환
- 한국군 단독 지휘, 미군은 지원
- 장점: 자율성 확대
- 단점: 억지력 불안정성
- 부분 전환(병렬형 모델)
- 작전 영역 분담 (한국군/미군 병행)
- 장점: 현실적 절충
- 단점: 지휘체계 복잡
- 무기한 연기
- 조건 미충족 명분으로 지속 연기
- 장점: 안정적 억지 유지
- 단점: 자주국방 이미지 약화
4. 국제적 맥락
- 미국: 중국 견제 집중 → 한국에 자율적 역할 확대 요구
- 북한: 도발·핵 위협 지속 → 전작권 논의 불안 요인
- 중국·일본: 한반도 전력 재편에 촉각 → 지역 안보 균형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