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의 ‘부익부 빈익빈’, 경제 패권을 가른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혁신 경쟁에서 인재의 집중과 편중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챗GPT 열풍 이후 AI 천재들을 확보하기 위한 억소리 나는 몸값 전쟁이 벌어지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핵심 인력을 빼앗겨 혁신 사다리에서 밀려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분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국가 경쟁력, 특히 경제력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지는 미국·중국·한국을 중심으로 AI 인재 쏠림이 어떻게 GDP 성장, 산업 혁신, 공공 연구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 취재했다. 또한 Meta·Google·Tesla·OpenAI·Apple 등 글로벌 기업들의 최신 인재 확보 동향과 각국의 정책·교육·이민 전략을 연계하여 정리한다.
초현실적 연봉 경쟁 – 빅테크의 AI 인재 쟁탈전
실리콘밸리의 AI 인재 쟁탈전은 프로 스포츠급 계약 전쟁을 방불케 한다. OpenAI와 Google,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xAI까지 최고 연구자들을 잡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와 파격 조건을 내걸고 있다.

실제로 Reuters 보도에 따르면, OpenAI의 핵심 연구진 일부는 연봉 1천만 달러(한화 약 130억 원) 이상의 패키지를 받고 있으며, 경쟁사 제안을 받으면 수백만 달러의 잔류 보너스까지 지급받는다reuters.comreuters.com. Google DeepMind는 일부 스타 연구자에게 연 2천만 달러(약 260억 원) 규모의 보상안을 제시하고, 주식 베스팅 기간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등 파격 대우로 맞불을 놓고 있다reuters.comreuters.com.
이러한 ‘AI 인재 전쟁’은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한층 가열됐다. “AI 연구소들은 마치 체스 두는 것처럼 인재 채용에 나선다.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말(권투 선수)들을 가능한 빨리 움직여 많이 확보하려 한다”는 한 스타트업 CEO의 증언처럼, 각사는 특급 인재 한 명이 회사 성패를 좌우한다는 믿음으로 움직인다reuters.comreuters.com. 실제 OpenAI의 한 연구자는 2023년 이직을 타진할 때 Google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점심 식사를 하고, Sam Altman OpenAI CEO와는 자택에서 포커 게임을 했으며, 심지어 일론 머스크는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xAI 합류를 권유했다고 한다reuters.com.

이 연구자는 “금전적 보상은 최고 옵션이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는 연구에 자원(인력·컴퓨팅)을 아낌없이 투입해준다는 점에서 OpenAI를 선택했다”고 밝혔다reuters.comreuters.com. 돈보다 연구 환경을 중시하는 인재들도 있지만, 기업들은 억대 달러 보너스 공세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OpenAI의 전 수석과학자 일리아 수츠케버가 새로 차린 회사로 떠나려던 연구자들에게 OpenAI가 2백만 달러 보너스와 2천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붙잡기 위해 제시한 사례가 전해진다reuters.com.
Meta(페이스북 모회사)는 최근 AI 주도권 탈환을 위해 **‘슈퍼인텔리전스 팀’**을 신설하며 타사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Mark Zuckerberg CEO는 새 조직을 이끌 **최고 AI 책임자(CAO)**로 데이터 기업 Scale AI의 젊은 창업자 알렉산더 왕(28)을 영입하고, OpenAI·Anthropic·Google에서 여러 연구자를 빼왔다고 발표했다economictimes.indiatimes.comeconomictimes.indiatimes.com.

OpenAI CEO인 Sam Altman도 한 팟캐스트에서 “메타가 우리 회사를 대상으로 최고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빼가고 있으며, 1억 달러(약 1,300억 원)에 달하는 사이닝 보너스까지 제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economictimes.indiatimes.comeconomictimes.indiatimes.com. 메타로 자리를 옮긴 인물 중에는 Apple의 AI 총괄 임원 루오밍 팡도 있다. 그는 애플에서 AI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이끌던 핵심 인재로, 메타의 슈퍼인텔리전스 팀 합류를 위해 연 수십억 원대 패키지를 받고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reuters.com. AI 주도권을 노리는 메타가 수백억 원대 연봉과 대규모 투자로 공격적인 스카우트에 나서자 OpenAI 내부에서는 “누군가 우리 집에 들어와 물건을 훔쳐간 듯한 visceral한 느낌”이라는 탄식까지 나왔다economictimes.indiatimes.comeconomictimes.indiatimes.com. 이에 맞서 OpenAI도 맞불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 빅테크 사이의 AI 인재 확보 경쟁은 제로섬 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같은 거액 연봉 러시는 업종을 막론하고 확산 중이다. 월마트, 골드만삭스 같은 전통 기업들까지 AI 인재에게 연 30~40만 달러(4억 원대)의 파격 연봉을 제시하고 있으며asiae.co.krdailysmart.co.kr, 넷플릭스는 머신러닝 전문 인력 공채에 **연봉 90만 달러(약 12억 원)**를 내걸어 화제를 모았다hankyung.commk.co.kr. 국내에서도 “애플·메타 같은 빅테크가 5억 원 상당의 초고연봉을 내걸고 석·박사 인재를 채용한다”는 보도가 나오고news.nate.com, 20대 신입 AI 개발자도 억대 연봉을 받는 사례가 속속 등장할 정도로 시장 눈높이가 달라졌다. AI 개발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AI 인재 양성 정책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news.nate.com.
미국 vs 중국: AI 인재 쏠림과 경제력의 상관관계
AI 인재의 국가별 편중 현상은 미국과 중국을 양대 축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세계 최고 AI 두뇌들이 어떤 국적·배경을 가지고 어디서 일하는지에 관한 스탠퍼드 HAI(인공지능 지수) 보고서와 폴슨연구소(매크로폴로)의 글로벌 AI 인재 추적기 분석을 보면, 최근 수년간 중국의 약진과 미국의 비중 축소가 뚜렷하다. 2019년만 해도 전 세계 최정예 AI 연구자(상위 2%) 중 35%가 미국 출신, 10%가 중국 출신이었으나, 불과 3년 뒤인 2022년에는 미국 비중이 7%p 줄고 중국은 16%p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itif.org. 범위를 상위 20%로 넓혀보면 격차는 더욱 커진다. 2022년 현재 전 세계 톱티어 AI 연구자의 47%가 중국에서 배출되어 미국(18%)을 압도했고, 미국의 글로벌 점유율은 2019년 대비 2%p 하락한 반면 중국은 18%p나 뛰어올랐다itif.orgv.daum.net. **“AI 최강 인재의 절반을 중국이 쏟아내고, 미국은 그 5분의 1에 그쳤다”**는 분석으로, AI 연구 인력풀 규모 면에서 중국이 이미 우위에 선 상황을 시사한다.
문제는 ‘인재를 끌어들이는 힘’, 즉 취업 목적의 국가별 매력도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세계 AI 연구자들이 가장 몰려 일하던 곳은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미국이었으나, 최근 이 지형이 다변화하는 추세다. 2019년에는 세계 최정예 AI 연구자의 65%가 미국에서 근무했으나 2022년엔 57%로 낮아졌다itif.org. 같은 기간 영국은 2%p, 중국은 4%p 이 비율이 상승했다itif.org. 상위 20% 수준에서도, 2019년 전 세계 톱티어 연구자의 59%가 미국에서 일했지만 2022년엔 42%까지 떨어졌다itif.org. 반면 중국·유럽·영국·한국은 소폭이나마 이 비율이 상승했다itif.org. 특히 중국은 2019년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세계 톱급 연구자 유치 비중을 2022년엔 17%p 끌어올렸다고 한다itif.org. 미국이 여전히 최대 AI 인재 허브임에도 예전만큼의 독식은 어려워졌으며, 중국을 비롯한 복수의 거점으로 인재가 분산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이러한 AI 인재 쏠림의 변화는 각국의 경제력 판도에도 직결된다. AI는 “2030년까지 전 세계 GDP를 15.7조 달러나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 혁신 동인이며weforum.orgweforum.org, 이를 주도하는 나라가 거대한 경제적 과실을 가져갈 전망이다. PwC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 전세계 AI로 인한 부가가치 중 중국과 북미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weforum.orgweforum.org. 이미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발 앞선 미국은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산업 창출로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AI가 소비자 서비스와 기업 생산성을 높여 미국 경제에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국가 경제 미래는 뛰어난 AI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한다itif.org. 반면 이러한 인재 확보력에서 밀리는 국가는 AI 혁신의 경제적果實을 충분히 얻지 못한 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안타깝게도 글로벌 AI 인재 ‘순손실’ 국가로 분류된다. 스타트업 투자전문지 씨엔엔(CSET)과 HAI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인공지능 인력의 해외 유출이 해외 유입보다 많은 상위권 국가 중 하나다. 2022년 기준 한국은 AI 인재 순유출 규모 세계 3위(-0.30의 순유출 지수)로 인도, 이스라엘 다음으로 높았다mk.co.kr.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AI 인재가 빠져나가는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 전세계 AI 전문가 중 미국에 40%, 인도에 15%, 영국에 7% 이상이 몰려 있는 반면 한국에 머무는 비율은 **고작 0.5%**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중국조차 한국의 9배가 넘는 AI 인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mk.co.krmk.co.kr. 이처럼 국내 인재풀 부족과 두뇌 유출이 겹치며 한국의 AI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크다. 한 예로, 세계 최고 수준의 AI 대회인 NeurIPS 2022 논문 저자 중 한국 소속은 전체의 1.5%에 그쳐 일본(2.1%)보다도 낮았다mk.co.kr. 반면 중국 소속 저자는 17.2%, 미국은 42.2%로 양강 구도를 보였다mk.co.kr. AI 연구 성과와 인재 보유 측면에서 한국은 미·중에 한참 뒤처진 2군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인재 격차는 경제 성과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AI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은 거대 기술기업들의 생산성 혁신으로 이미 GDP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중국은 제조·금융·의료 등 전방위에 AI를 접목(이른바 ‘AI+’)하여 신산업 창출과 제조업 고도화를 달성하고 있다koreajoongangdaily.joins.comkoreajoongangdaily.joins.com. 반면 한국은 아직 AI를 산업 전반에 깊숙이 적용하지 못해 제조강국 위상에 비해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인재가 몰린 국가와 기업이 혁신 과실을 선점하면서 “AI 부국(富國)은 더 부유해지고, 인재 빈국(貧國)은 성장 기회를 놓치는” 양극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각국의 인재 확보 전략: 교육개혁부터 이민 정책까지
이 같은 AI 인재 쏠림 현상의 배경에는 국가별 상이한 전략과 정책이 놓여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대대적 AI 인재 양성 정책을 펼쳐 인력 기반을 넓혔다. 2000년대 초부터 “최고급 과학기술 인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 하에 의무교육에 코딩 등 정보기술 교육을 조기 도입하고(중국은 2001년부터 초·중·고교에 코딩교육 필수화, 한국은 2025년 도입 예정)v.daum.netv.daum.net, 천인계획, 만인계획 등으로 해외 인재 역유치에도 힘썼다.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중국인 과학자에게 귀국 시 **정착금 300만500만 위안(약 5억5천만9억 원)**과 고액 연봉, 세제 혜택, 주택·의료 지원까지 내걸고 적극 불러들였다v.daum.netv.daum.net.

또한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비롯해 100여 개 넘는 과학기술 인재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 가동하며 거대한 AI 인재 풀을 형성했다. 그 결과 중국은 매년 5만 명 이상의 AI 관련 석·박사를 배출하고 있으며, 연간 박사급 STEM 인력 졸업자만 7.7만여 명으로 미국(연 4만여 명 추산)의 두 배에 달한다koreajoongangdaily.joins.com. Saltlux의 이경일 대표는 “기회가 워낙 많다 보니 해외에 나갔던 중국 AI 인재의 70%가 결국 중국으로 돌아온다”고 평가했는데koreajoongangdaily.joins.com, 이는 정부 주도의 파격적 인재 우대 정책이 실제 두뇌 회귀 효과를 낳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이렇게 키운 **‘토종 천재’**들을 앞세워 초거대 AI 모델 개발까지 자력으로 성과를 내는 중이다. 최근 등장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해외 유학 경험이 거의 없는 95년생 천재 개발자들로 GPT-4 수준에 근접한 독자 AI 모델을 개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v.daum.netv.daum.net.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중국처럼 중앙집권적 인재 양성은 어렵지만, 민간 기업 주도로 인재를 키우고 끌어들이는 모델을 발전시켜왔다. 구글·MS·아마존·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은 교육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를 후원하고 자체 AI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산업계가 앞장서서 코딩 교육과 AI 인력 양성에 투자하고 있다v.daum.net. 또한 미국 대학원에서 AI 박사 학위를 딴 외국 인재들이 졸업 후 그대로 미국 기업에 취업하도록 유도하는 개방형 이민 정책을 유지해왔다. 전 세계 최고 두뇌들이 **“AI의 성지”**로 여기는 미국으로 몰려들었고, 2022년 기준 미국에서 활동하는 톱티어 AI 연구자의 38%는 중국 등 타국 출신일 정도로 이민 인재 의존도가 높다itif.org. 그러나 최근 미·중 갈등으로 비자 규제가 강화되고 중국인 유학생 견제가 일면서 이러한 유입이 줄어들 조짐도 있다itif.org. 미국 ITIF는 “AI 인재 영입을 위해 외국인 석·박사에게 특별 H-1B 비자를 신설하고, 대학 AI 연구프로그램에 NSF 예산을 5년간 지원하라”고 정부에 제언했다itif.org. CSET 보고서도 “국제 대학원생은 미국 AI 인력의 중요한 공급원”이라며 완화된 이민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cset.georgetown.edumk.co.kr. 즉, 미국은 민간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글로벌 인재를 끌어모으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전략이다. 그 결과 2023년 미국의 AI 분야 투자는 672억 달러로 중국의 8.7배에 달해 세계 1위를 차지했고hai.stanford.eduhai.stanford.edu, 이는 풍부한 자금으로 다시 인재와 기술을 양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능케 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 주도와 민간 역량이 모두 취약해 이도 저도 아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2023년부터 ‘첨단분야 인재 비자’를 도입해 AI·반도체 등 해외 석학 영입을 모색했지만, 제도 첫해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 AI 석박사는 38명뿐이라는 현실이 보도될 정도로 성과가 미미하다news.nate.com. 이민보다는 국내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 과기정통부가 카이스트 등 4대 과기원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 박사후 연구원 400명을 채용하는 ‘이노코어(InnoCORE) 연구단’을 출범시키고 5년간 3,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ajunews.comajunews.com.

또한 2024년부터 초·중등 코딩 의무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대학 AI 학과 정원을 늘리는 등 인재 저변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이 이벤트성에 그치지 말고 근본적으로 인재풀을 넓힐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v.daum.netv.daum.net. 실제 윤석열 정부가 2023년 발표한 ‘AI 10만 인재 양성’ 계획은 교육 인프라나 처우 개선 없이 목표 숫자만 강조해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의대 선호에 쏠린 인재 지형을 바꾸지 못하면 한국은 이미 AI 인재전에서 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경고까지 내놓고 있다lilys.aililys.ai.
산업 혁신의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AI 인재의 부익부 빈익빈은 산업 내 양극화로 이어져, 빅테크 독주와 중소기업의 고사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막대한 연봉 경쟁에서 승리한 거대 기업들은 혁신을 가속화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지만, 인재를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기술 도입조차 버거운 현실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AI 기업들의 인력 부족 규모는 8,579명으로 3년 전보다 5.3배 급증했다v.daum.net. 특히 고급인력 부족이 심각해, 2027년엔 고급 AI 인력이 1만6,600명 부족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v.daum.net. 한 스타트업 대표는 “간신히 모셔온 AI 개발자가 얼마 못 가 대기업이나 해외로 떠난다. 우리로선 사람 남겨두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스타트업 251곳의 주요 엔지니어 중 80% 이상이 연봉 6천만 원 미만을 받고 있다v.daum.netv.daum.net. 반면 미국 빅테크 엔지니어 평균 보수는 연봉 3억 원에 주식 3억 원 가량으로 알려져 6배 이상 차이난다reuters.com. 심지어 메타는 뛰어난 AI 연구자에겐 **1인당 최대 251만 달러(약 34억6천만 원)**의 보상도 제공한다고 한다v.daum.netv.daum.net. 국내 한 스타트업 임원은 “우리 급여 수준은 해외에 비하면 봉사활동 수준”이라고 한탄했다v.daum.net. 돈과 성장 기회 때문에 유망 인재들이 대기업이나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중소 플레이어들은 AI 혁신 대열에서 낙오되는 구조다.
그 결과 산업 혁신의 집중 현상이 나타난다. 거대 테크기업들은 최고의 두뇌들을 모아 초거대 AI 모델 개발, 신규 서비스 론칭 등을 독주하고 있다. 예컨대 OpenAI, 구글, 메타 등이 선도하는 초거대 언어모델(LLM) 시장은 이들 상위 소수에 의해 선점되었고, 자본과 인재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AI 활용 격차로 경쟁력에서 밀린다. 한편 이러한 인재 집중은 학계와 공공부문에도 부정적 파급을 미치고 있다.
학계·공공 연구의 약화와 장기적 위험
AI 인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대학과 공공 연구기관의 인력 유출을 심화시켜 기초 연구역량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TechCrunch는 “북미 대학의 AI 교수들이 대거 산업계로 옮겨가면서 학계에 **‘브레인 드레인’(두뇌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techcrunch.com. 스탠퍼드대 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는 북미 AI 박사 졸업생 중 42%가 교수 등 학계에 진출했지만 2019년엔 24%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산업계로 직행하는 비율은 44%에서 48%로 늘었다techcrunch.comtechcrunch.com. 한마디로 최고급 인재들이 대학에 남지 않고 기업으로 빠지는 추세다. 돈을 떠나 최첨단 연구 환경과 방대한 데이터·컴퓨팅 자원이 기업에 있다 보니, 연구자들도 점차 산업계를 선호하는 것이다. 현재 OpenAI나 구글 등의 공고에는 박사급 신입 연구자 초봉이 7~9억 원으로 제시될 정도여서techcrunch.comtechcrunch.com, 교수직 초임과 비교가 어렵다.
이 같은 유출은 교육과 창업 생태계에도 파급효과를 낳는다. 2018~2019년 사이 북미 대학 100명 가까운 AI 교수들이 회사를 옮겼는데, 그 결과 해당 대학에서 배출되는 AI 스타트업 수가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연구가 있다techcrunch.comtechcrunch.com. 학생들이 롤모델로 삼던 석학이 떠나거나, 공백을 메우는 후임 교수가 역량이 떨어질 경우 학생 창업과 혁신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다techcrunch.com. 또한 기업의 단기 응용 연구 위주로 인재가 몰리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기초 연구는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가령 수학·물리 등 AI의 기반이 되는 기초과학 연구는 당장 돈이 안 되기에 기업이 덜 투자하므로, 이 분야 인재 유출은 미래 혁신의 토양을 빈약하게 만들 수 있다. 중국이 최근 기초과학 투자 강화로 선회한 것도 인재 쏠림의 부작용을 인지했기 때문이다koreajoongangdaily.joins.comkoreajoongangdaily.joins.com.
더 큰 문제는 공공 부문의 AI 역량 약화다. AI 기술이 민간 대기업에만 편중되면, 정부나 공공기관은 정책 수립이나 공공 서비스 개발 시 필수 전문인력을 내부에 갖추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 실제 미국 국방부조차 최고 AI 인재를 실리콘밸리에 빼앗겨 군사용 AI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정부 출연연구소의 젊은 연구원들이 삼성전자 등 민간으로 이탈하면서 국가 차원의 AI R&D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AI는 안보와 직결된 전략 기술인데, 국가 기관에 AI 인재가 남지 않으면 자주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시대 부국강병을 위한 과제
AI 인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경제적 양극화뿐 아니라 기술 주권과 사회적 형평성 문제로도 확산되고 있다. AI 역량이 특정 나라·기업에만 몰릴 경우, 글로벌 기술 표준과 시장을 소수가 좌우하면서 디지털 종속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또한 산업 내부에서도 AI 활용 격차로 인한 생산성 차이가 기업 간 빈부격차로 연결되고, 노동시장에서도 고급 AI 인재와 그렇지 않은 인력 사이 임금 격차가 극심해지는 등의 문제가 나타난다. AI로 인한 편익이 사회 전반에 고르게 퍼지지 않고 **“소수 국제 엘리트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weforum.orgweforum.org.
이에 대응하려면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인재 전략이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한국처럼 인재 기반이 취약한 나라는 과감한 투자와 개방 정책으로 해외 인재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인재가 떠나지 않도록 연구환경 개선과 보상 수준 제고가 필요하다. 가령 AI 대학원 확대뿐 아니라 산업계-학계 간 인력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수들이 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산업 전문가들이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윈윈 모델을 모색할 수 있다. 공공 부문도 처우를 개선해 일부 핵심 AI 인재는 국가 연구소와 공기업에 남도록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 중국처럼 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를 버리고, 한국형 AI 인재 사다리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장기 비전과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 AI 인재 양성은 1~2년 캠프로 되는 일이 아니므로, 10년 이상 지속 투자 계획 아래 교육과 산업정책을 연계해야 한다. 의료·금융 등 기존 산업의 종사자들에게 AI 재교육(reskilling)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중소기업도 쓸 수 있는 클라우드 AI 플랫폼과 공동 연구소를 지원해 저변 확대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 AI 혜택이 대기업을 넘어 경제 전반에 퍼지고 혁신의 공유가 가능해진다.
AI 패권 경쟁은 본질적으로 인재 확보 경쟁이다. 이 흐름을 거스르면 국가 경쟁력도 뒤처진다. 미국 IT 전문가는 “탑 AI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국의 경제 리더십과 기술 경쟁력이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itif.orgitif.org. 마찬가지로 한국도 AI 시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위해서는 인재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AI 인재의 부익부 빈익빈을 완화하고 혁신의 과실을 모두가 나누는 사회를 만들 해법을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표: 주요 국가별 AI 인재 및 투자 현황
지표 (최근 연도 기준) | 미국 | 중국 |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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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상위권 AI 연구자 배출 비중 (상위 20%) | 18%itif.org | 47%itif.org | 1% 미만 (매우 낮음) |
세계 최상위권 AI 연구자 유치 비중 (상위 20%) | 42%itif.org | 17% (2019년 <8% → 상승)itif.org | 1~2% 내외 (소폭 증가) |
AI 분야 민간 투자액 (2023년) | 672억 달러hai.stanford.edu | 77억 달러 추정 (美의 8분의 1)hai.stanford.edu | N/A (미미) |
AI 인재 순이동 지표 (+이면 순유입, -이면 순유출) | + (유입국) | ±0에 가까움 (자국 보유↑) | -0.30 (순유출 3위)mk.co.kr |
주요 인재 확보 동향 | 빅테크 주도 글로벌 영입, 특별비자 검토itif.org | 국가 주도 양성·귀환 (천인계획 등)v.daum.net | 국내 양성 중심, 일부 비자 도입 |
중소기업/스타트업 인력난 | 인재풀은 넓으나 중소기업은 대기업 대비 열세 | 대기업·스타트업 모두 풍부 (정부 지원) | 심각 (스타트업 80% 연봉 6천만↓)v.daum.net |
주: 한국의 AI 투자액은 글로벌 대비 미미하여 별도 집계되지 않음. 한국의 AI 인재 유치 비중은 2022년 기준 1% 내외로 영국·캐나다보다 낮음mk.co.kr. 중국의 투자액은 공식 통계 부재 시 미국 대비 비율로 추정. AI 인재 순유출 지표는 Stanford HAI 기준 LinkedIn 데이터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