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정부는 기업의 조력자… 규제는 정리, 지원은 강화”

삼성·SK·현대차 등 총수들과 첫 공식 간담회… “민간 주도, 정부 지원” 원칙 밝혀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총수들과 6개 경제단체장들을 초청해 첫 경제인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리하겠다”며,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기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지만, 그 외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이며, 그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민간 주도의 성장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는 경제 현안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선거 이후 시장이 안정되고 주가가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이 보인다”며, “이제는 산업과 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대외 통상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국제 경쟁에서 겪는 어려움을 정부가 덜어주고, 외교와 안보 역량을 총동원해 기업의 ‘경제 영토’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의 통상 문제에 대해서도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실용적이고 유연한 통상 정책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양국 간 무역 갈등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재계도 이에 화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재계의 목소리를 들어줘 감사하다”며 “대통령님의 실용적 시장주의 철학이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 최태원 회장은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해외 기업 1700곳을 유치하겠다”며, “민관이 ‘원보이스’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 정책에 대해 “모든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위한 규제, 공정한 시장을 위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며 선별적 접근을 강조했다. 아울러 “현장 경험이 정책 설계에 중요한 참고가 된다”며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제언을 요청했다.
이번 간담회는 새 정부가 ‘기업 친화적 실용주의’를 국정의 핵심 철학으로 내세웠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자리로 해석된다. 강훈식 비서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등 주요 참모들이 동석한 가운데, 약 140분 동안 진행됐다.
한편, 이 같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은 서울대 김태유 명예교수가 주장해온 ‘지원경제’ 모델과도 닮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교수는 국가가 시장을 대신하려 하기보다는, 민간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플랫폼 국가’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그는 “후발국의 발전에는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필수”라며, “성공한 국가는 정부가 도와주는 힘과 시장의 자율성이 결합됐을 때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또한 한국이 이제는 ‘추격형’ 전략을 넘어 ‘선도형’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정부혁신, 사회혁신, 대외혁신이라는 세 가지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듣고, 통상 외교에 직접 나서는 모습은 김 교수가 말한 ‘조력자로서의 국가’ 모습과 겹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정부는 기업의 성장을 도와주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새 정부가 민간과 함께 실용적 성장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