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르면, 고향 집 툇마루에 앉아 솔잎 향 가득한 송편을 베어 물던 기억. 민족 대명절 추석은 한국인에게 단순한 연휴를 넘어, 풍요에 대한 감사와 조상에 대한 공경, 가족의 정(情)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가을의 결실을 축하하고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려는 마음은 비단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이름과 모습은 달라도 ‘감사’라는 같은 마음을 나누는 다채로운 축제가 펼쳐진다.
세계 각국의 ‘추석’을 한자리에 모아 그들의 기원과 풍습, 그리고 시대의 흐름 속 변화를 심층 비교 분석했다.

‘추석’은 세계 곳곳에 있다
추석은 한국의 대표적인 추수 감사 명절로, 가족이 모여 조상을 기리고 풍요를 나누는 날이다.
하지만 이런 ‘추석과 같은 명절’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 각지에는 가을의 수확을 축하하고 가족 재회를 기념하는 비슷한 전통이 존재한다.
중국의 중추절, 일본의 오츠키미(달맞이)와 오봉, 베트남의 쭝투(중추절), 미국의 추수감사절, 그리고 필리핀의 만성절(All Saints’ Day)까지 —
이 모든 명절은 농경 사회의 보편적 유산을 공유한다.
2025년의 오늘, 우리는 이러한 명절들이 어떻게 ‘감사’와 ‘연결’의 의미를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는지 살펴보고,‘글로벌 추수 명절’을 비교한다.

추석 — 풍요와 조상의 기억을 잇는 시간
한국의 추석(Chuseok)은 음력 8월 15일, 가을 수확의 정점에 맞춰 열린다.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고, 성묘를 하며, 가족이 함께 음식을 나눈다.
송편, 전, 과일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상징이다.
최근에는 전통 차례 대신 온라인 제사 플랫폼이 등장했고, 황금연휴를 이용한 국내외 여행 붐이 추석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마음’과 ‘함께 있음의 기쁨’은 여전히 명절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해외 한인 사회에서도 추석은 K-컬처와 결합되어 ‘K-Chuseok Festival’ 같은 글로벌 행사의 형태로 확산 중이다.

세계 각국의‘추석’ 명절들
1. 중국 중추절 (Mid-Autumn Festival)
한국 추석과 같은 음력 8월 15일에 열리며, 가족 재회와 달 숭배의 의미를 가진다.
가족은 월병과 차를 나누며, 창어(嫦娥)의 달 전설을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대도시 중심의 랜턴 쇼와 쇼핑 페스티벌이 결합되며, 명절의 상징성이 상업화되는 양상도 나타난다.

2. 일본 오츠키미(월견) / 오봉(お盆)
오츠키미는 달을 감상하며 시를 읊는 풍습에서 비롯되었고, 오봉은 조상을 맞이하고 보내는 여름 명절이다.
전통적으로 당고(단고)와 수박이 대표 음식이며, 오늘날에는 바비큐 파티, 에코 랜턴 같은 현대적 변형이 생겼다.
명절의 정체성이 ‘자연과의 교감’에서 ‘휴가형 문화 이벤트’로 이동하고 있다.

3. 미국·캐나다의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기독교 문화권에서 발전한 감사절은 신대륙 개척 시절 수확과 생존의 기쁨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 캐나다는 10월 둘째 월요일에 기념한다.
가족이 모여 칠면조와 펌킨파이를 나누고, 퍼레이드와 스포츠 경기를 즐긴다.
최근에는 비건 메뉴 확대, 다문화 요리 결합,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연계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4. 베트남 쭝투 (Tết Trung Thu)
동아시아의 중추절과 같은 날 열리지만, 베트남에서는 어린이의 명절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은 사자춤과 등불 행진에 참여하며, 월병과 쌀떡을 먹는다.
최근에는 LED 랜턴 축제와 어린이 교육 이벤트가 결합되어 가족 중심의 사회적 축제가 되었다.

5. 필리핀 만성절 (All Saints’ Day)
가톨릭 문화가 뿌리 깊은 필리핀에서는 11월 1~2일을 조상을 추모하는 날로 기념한다.
사람들은 묘소를 방문해 기도하고, 음식을 나누며 밤을 지샌다.
최근에는 묘소에서 캠핑·피크닉을 하는 ‘리빙 메모리얼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온라인 추모 플랫폼도 늘고 있다.

세계의 ‘추석’ 명절들
명절 이름 | 국가/지역 | 시기 | 주요 테마 | 핵심 의식 | 대표 음식 | 현대적 변화 |
---|---|---|---|---|---|---|
추석 (Chuseok) | 한국 | 음력 8월 15일 (3일 연휴) | 수확 감사, 조상 숭배 | 차례(제사), 성묘, 민속놀이(씨름) | 송편, 전, 과일 | 황금연휴 여행 붐, 온라인 제사 증가, K-컬처 확산 |
중추절 (Mid-Autumn Festival) | 중국 | 음력 8월 15일 (3일 연휴) | 달 숭배, 가족 재회 | 달 제사, 등불 놀이 | 월병, 유자차 | 도시화로 랜턴 쇼·쇼핑 페스티벌화, K-푸드 결합 |
오츠키미 / 오봉 (Tsukimi / Obon) | 일본 | 오츠키미: 9월경 / 오봉: 8월 | 달 감상, 조상 환영 | 달맞이, 봉오도리 춤 | 당고, 수박 | 여름휴가 상업화, 바비큐 파티, 에코 랜턴 도입 |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 미국/캐나다 | 미국: 11월 넷째 목 / 캐나다: 10월 둘째 월 | 수확 감사, 가족 모임 | 가족 식사, 퍼레이드 | 칠면조, 펌킨파이 | 비건 메뉴 증가, 블랙프라이데이 연계, 다문화 요리 |
쭝투 (Trung Thu) | 베트남 | 음력 8월 15일 (1–2일) | 어린이 축제, 달 기원 | 사자춤, 등불 행렬 | 월병, 쌀떡 | LED 랜턴·거리 축제, 어린이 중심 행사 |
만성절 (All Saints’ Day) | 필리핀 | 양력 11월 1–2일 | 성인 기념, 조상 추모 | 묘소 방문, 기도 | 지역 과일, 빵 | 묘소 캠핑·피크닉, 온라인 추모 확산 |
공통점과 차이점 — ‘감사’와 ‘연결’의 언어
모든 명절은 수확의 끝에서 비롯된 ‘감사’의 의례다.
다만, 표현의 방식이 문화에 따라 다르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은 가족 중심의 귀향형 명절, 일본은 자연과 조상을 연결하는 감성형 명절,
미국과 캐나다는 사회적 나눔과 소비가 결합된 제도형 명절,
필리핀은 종교적 기억과 공동체의 유대를 강조한다.
한국의 추석이 가진 독특함은 조상 숭배와 공동체 놀이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농경의식이 아니라, 시간과 혈연, 기억을 잇는 사회적 장치다.
그 점에서 추석은 여전히 ‘관계의 명절’로서 세계의 여러 수확 축제와 구분된다.

2025년의 글로벌 트렌드 — 전통의 디지털 전환
세계의 추수 명절들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와 SNS 시대에 맞춰 디지털 제사·온라인 퍼레이드·비대면 추모 행사가 늘었고,
친환경 가치소비가 확산되면서 비건·제로웨이스트 음식 문화가 등장했다.
또한 ‘국경 없는 문화교류’가 강화되며, K-푸드와 한류 콘텐츠가
중국·베트남 중추절과 미국 추수감사절에서도 함께 소비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명절은 점점 ‘로컬 전통’에서 ‘글로벌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의 추석, 인류의 공통 감정
세계의 수확 명절들은 서로 다른 언어와 풍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하나다.
수확에 대한 감사, 가족과의 재회, 그리고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하려는 인간의 본능.
추석은 한국적인 명절이면서 동시에 인류 보편의 감정 구조를 담은 축제다.
2025년,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그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달은 문화마다 다르게 불리지만, 감사의 빛은 세계 어디서나 둥글게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