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일 자정, 미국 연방 정부가 셧다운에 돌입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는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와 공화당의 강경 노선이 맞물린 정치적 교착의 산물이다. 백악관은 이를 “민주당 셧다운”으로 규정하며 비난했으나, 민주당은 공화당의 “극단적 예산 삭감”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셧다운은 과거의 정치적 대치와는 그 결을 달리한다. 이는 단순한 예산안 협상 결렬을 넘어, 행정부가 위기 상황을 연방 공무원 조직의 영구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라는 점에서 미국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의 셧다운이 일시적인 ‘무급휴가’라는 연극이었다면, 2025년의 셧다운은 ‘영구 해고’라는 칼날을 품은 채 시작된 현실이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 의료보험 예산
이번 셧다운의 중심에는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 ACA)과 최근 공화당 주도로 변경된 메디케이드(Medicaid) 관련 정책을 둘러싼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의 요구사항: 민주당은 예산안 통과의 전제 조건으로 두 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2025년 말 만료 예정인 ACA 보조금(보험료 세액공제)의 영구 연장이었다. 이 보조금은 팬데믹 기간 동안 도입되어 수백만 미국인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조치를 영구화할 경우 향후 10년간 약 3,5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2035년까지 380만 명의 추가적인 보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공화당의 입장: 상하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 지도부는 2025년 11월 21일까지 현 수준으로 정부 예산을 동결하는 ‘깨끗한(clean)’ 임시예산안(Continuing Resolution, CR)을 제안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요구가 예산안과 무관한 정책적 ‘독소 조항’이며, 의료보험 관련 협상은 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태에서 별도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대립은 단순한 예산 규모의 차이를 넘어선다. 이는 사실상 두 개의 상징적인 법안의 정당성을 둘러싼 대리전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핵심 정책 성과인 ACA를 지키고 공화당의 최근 입법 성과(OBBB)를 무력화하려 했으며, 공화당에게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정치적 굴복이자 자신들의 입법적 승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따라서 셧다운은 각자의 핵심 입법 유산을 방어하고 확장하려는 두 정당의 필연적인 충돌이며, 타협의 여지가 과거에 비해 넓지 않다.
트럼프 독트린: 행정부 개편을 위한 셧다운의 무기화
이번 셧다운을 과거와 구별 짓는 가장 결정적인 특징은 행정부가 영구적인 대량 해고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전례 없는 조치다. 이는 일시적인 무급휴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위협이다.
OMB 메모: 러스 보트가 이끄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9월 24일 각 연방 기관에 보낸 메모에서, 셧다운을 행정부의 우선순위와 맞지 않거나 OBBB와 같은 별도 법안으로 자금이 확보되지 않은 프로그램의 인력을 감축(RIF)할 “기회”로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표 1: 주요 연방 기관별 인력 영향: 무급휴가 및 잔류 인력 추산
부처명 | 총 민간인 직원 수 | 무급휴가 추산 | 잔류(무급 근무) 추산 |
국방부 | 741,477 | 334,904 | 406,573 |
보훈부 | 461,499 | 14,874 | 446,625 |
국토안보부 | 271,927 | 14,184 | 257,743 |
법무부 | 115,131 | 12,840 | 102,291 |
보건복지부 | 79,717 | 32,460 | 47,257 |
사회보장국 | 51,825 | 6,197 | 45,628 |
상무부 | 42,984 | 34,711 | 8,273 |
항공우주국(NASA) | 18,218 | 15,094 | 3,124 |
노동부 | 12,916 | 9,775 | 3,141 |
교육부 | 2,447 | 2,117 | 330 |
전략적 목표: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고 셧다운을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삭감”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연방 관료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축소하려는 ‘프로젝트 2025’와 같은 보수 진영의 장기 목표와 일치하는 움직임이다. 행정부는 심지어 이러한 해고 절차를 진행하는 업무 자체를 셧다운 예외 ‘필수 업무’로 지정하여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러한 영구 해고 위협은 셧다운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과거 셧다운은 2019년 제정된 ‘공무원 공정 대우법’에 따라 사후에 임금이 보전되는 일시적인 정치적 수단이었다. 그러나 OMB의 RIF 지침은 셧다운을 연방 공무원 조직 내에서 영구적인 일자리와 전문성을 제거하는 강력하고 잠재적으로 비가역적인 행정적 무기로 변모시켰다. 이는 행정부가 위기 상황을 이용해 정상적인 공무원 신분 보장 제도를 우회하고, 보수 진영의 핵심 정책 목표인 ‘작은 정부’를 구현하려는 시도다. 이로 인해 단순한 예산안을 둘러싼 대치는 연방 공무원 조직과 그들이 수행하는 기능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사태로 격상되었다.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
시나리오 1: 단기 타협 – 가장 현실적인 선택
- 내용: 양당이 임시예산안(CR)에 합의해 정부 운영을 2~3주 단위로 이어가는 방식.
- 영향: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며, 환율과 증시는 단기 불확실성 해소로 반등할 수 있다.
- 평가: 2013년, 2019년 사례처럼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현실적 해법. 다만 근본 갈등은 해결되지 않는다.

시나리오 2: 중기 교착 – 3~6주간의 소모전
- 내용: 강경파의 반발로 합의가 늦어지며 셧다운이 장기화.
- 영향:
- 연방 직원 수십만 명 무급휴직 → 소비 위축
- 항공·보건 서비스 지연 → 실물 피해 가시화
- 미국 GDP 성장률 일시 하락 (2018–2019년 셧다운 당시 110억 달러 순손실 사례 참고)
- 평가: 실제로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 정치적 책임 공방이 심화될수록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다.

시나리오 3: 장기 격돌 – 최악의 경우
- 내용: 수개월 지속되며 연방 공무원 구조조정과 조직 축소가 현실화.
- 영향:
- 미국 신용등급 강등 위험
- 달러 신뢰도 흔들리며 금·비트코인 같은 대체자산 수요 급증
- 사회복지 수혜자 타격, 대규모 시위 가능성
- 평가: 확률은 낮지만, 발생 시 충격은 가장 크다. 글로벌 경제 전체가 동요할 수 있다.

시나리오 4: 사후 제도개혁 – 반복을 막을 수 있을까?
- 내용: 셧다운 종료 후, 자동예산안(Automatic CR)이나 셧다운 방지법이 논의될 가능성.
- 영향: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 장기적으로 예산 협상 리스크 축소.
- 평가: 제도 개혁 필요성은 높지만, 의회의 권한 갈등으로 실제 입법은 불투명하다.
한국과 글로벌 파장
- 한국: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수출·항공·여행업 타격.
- 글로벌: 미국 주식시장과 채권금리 변동성 확대, 안전자산(금·달러·비트코인) 선호 심화.
- 암호화폐: 단기 타협 시 랠리 제한, 장기 격돌 시 “디지털 금”으로서 비트코인의 서사가 강화될 가능성.
표 2: 주요 미국 정부 셧다운 비교 분석
연도 | 기간(일) | 당시 행정부 | 핵심 원인/쟁점 | 주요 특징 | 정치적 결과 |
1995-1996 | 21 | 빌 클린턴 | 공화당의 대규모 지출 삭감 추진 | 공화당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이 주도 | 공화당의 정치적 패배로 평가 |
2013 | 16 | 버락 오바마 | 공화당의 오바마케어(ACA) 예산 폐지 시도 | 보수 강경파 ‘티파티’가 주도 | 공화당의 정치적 패배로 평가 |
2018-2019 | 35 | 도널드 트럼프 |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요구 | 역대 최장기 셧다운, 항공대란으로 종결 압박 |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후퇴 |
2025 | 진행 중 | 도널드 트럼프 | ACA 보조금 연장 및 메디케이드 삭감 철회 요구 | 영구적 인력 감축(RIF)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 | 미정 |
2025년 미국 정부 셧다운은 정상적인 입법 과정을 통해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이념적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재정 위기가 어떻게 무기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수령적인 사건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교착 상태를 넘어, 미국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기업 및 금융 부문 이해관계자를 위한 제언: 이번 사태의 핵심 교훈은 미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입법 결과뿐만 아니라 행정부가 사용하는 행정적, 절차적 전술까지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규제 승인이나 검사와 같은 정부 서비스에 의존하는 공급망은 예기치 않은 중단에 대비하여 더 높은 수준의 회복탄력성을 구축해야 한다.
정책 및 외교 부문 이해관계자를 위한 제언: 이번 사건은 미국 정치 규범의 취약성을 명백히 드러냈다. 국제 파트너들은 지속적인 변동성에 대비하고, 예측 가능한 미국이라는 상대에 덜 의존하는 외교 및 경제 프레임워크 구축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2025년 셧다운은 의심의 여지 없었던 미국 제도의 안정성이라는 시대가 더 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마지막의, 그리고 명백한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