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밤 미국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정밀 군사공습을 단행했다. 미국은 핵확산 저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유엔 헌장이 금지한 무력사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본 해설에서는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무력사용 금지)과 제51조(자위권) 등 관련 국제법 규정을 검토하고, 1981년 이스라엘의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 폭격과 2007년 이스라엘의 시리아 알키바르 공습 사례를 비교하여 이번 사태의 국제법상 위치를 살펴본다.

무력사용 금지 원칙: 유엔 헌장 제2조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은 모든 회원국이 “국제 관계에서 어떠한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해치는 방식으로 무력의 위협 또는 사용을 삼가야 한다”고 규정하여 국가 간 무력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즉, 무력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예외는 안보리의 사전 승인이나 자위권 행사뿐이다.
자위권의 범위: 유엔 헌장 제51조
유엔 헌장 제51조는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여 무력사용 금지 원칙의 예외를 명시한다. 실제 무력공격을 당했을 때 방어 목적의 무력 대응이 허용된다는 의미다. 이 조항 문언상 이미 발생한 공격에 대한 대응만 자위권으로 인정된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며 공격이 임박한 경우까지 자위권을 확대 적용하는 선제자위(anticipatory self-defense)의 허용 여부를 놓고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다. 전통적으로는 공격이 임박해 다른 수단이 없을 때에만 선제 자위권이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좁은 기준이 적용되었으며, 반면 예방적 자위권(명백한 임박성이 없는 잠재적 위협에 대한 선제공격)은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004년 유엔 보고서도 “임박하지 않은 위협”에 대한 일방적 군사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반드시 안보리 결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제공격 사례: 오시라크(1981) vs. 알키바르(2007)
오시라크 폭격 (1981):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Osirak) 핵원자로를 공습하며, 이라크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자위적 선제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는 결의 48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해 이스라엘의 행위를 강력 규탄했고, 미국도 이에 동의했다. 국제사회는 결국 오시라크 공습을 국제법상 무력사용 금지 원칙 위반으로 평가했다.
시리아 알키바르 공습 (2007): 2007년 이스라엘이 시리아 알키바르(Al-Kibar)의 비밀 핵시설을 폭격했을 때는 국제사회의 반응이 비교적 잠잠했다. 안보리 차원의 논의나 결의가 없었고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비난한 국가도 드물었다. 미국은 사실상 이를 묵인하였고, 시리아의 비밀 핵개발 시도라는 정황이 작용하여 아랍권의 반발 역시 크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알키바르 공습의 법적 정당성을 공식 표명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예방적 선제공격임에도 국제사회가 크게 문제 삼지 않은 이례적 사례로 남았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국제법적 평가
위 원칙들과 사례를 종합하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은 현행 국제법상 합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란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한 선제 군사행동은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의 무력사용 금지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핵 위협을 사전에 제거한다”는 명분은 결국 예방적 자위권 논리인데, 이는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개념이다. 또한 오시라크 사례에서 보듯 WMD 개발 가능성만으로 타국을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상 위법한 무력행사로 평가된다. 물론 알키바르 사례처럼 일부 국가들은 자국 안보를 이유로 이런 선제공격을 묵인하거나 지지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측면에서, 설령 핵 확산 저지라는 선의가 있더라도 유엔 체제 밖에서 이루어진 무력행동은 국제 규범을 훼손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국제법 체제가 국가 안보와 글로벌 위협 사이에서 어떠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운 과제를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에 ‘명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국제법의 규범을 붕괴시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다음과 같은 태도를 보일 경우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 러시아는 즉시 반응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통해 자국 안보를 방어할 수 있다면,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은 정당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 중국 역시 움직였다. “대만 독립 움직임은 중국의 주권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대만 해협 인근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했다. 일부 분석가는 중국의 실질적 대만 무력통일 시도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본다.
이처럼 미국의 ‘불법적 선제공격’은 다른 강대국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면죄부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시나리오: 국제법이 사라진 세상
가장 우려되는 점은 국제 규범이 작동하지 않는 세상의 도래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재공격하며 서방의 방어선 시험에 나선다.
- 중국은 대만 상륙작전을 단행하거나 봉쇄 작전으로 실질적인 통제를 강화한다.
- 중동에서는 이란이 보복을 이유로 이스라엘 또는 사우디 석유시설을 타격하고, 지역내 전면전이 발생한다.
- 이에 대응해 나토와 미국이 다자군을 파병하면서, 다중 전선의 충돌이 발생한다.
- 안보리마저 미국·중국·러시아의 거부권으로 마비된다.
결국 국제사회는 법이 아닌 무력으로 움직이는 세상, 즉 21세기형 신냉전 상태에 진입하게 된다.
국제법은 전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최소한의 약속이다. 강대국일수록 그 규범을 지켜야 한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순간, 단지 한 나라를 타격한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법적 기반을 흔든 것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미국에게 명확히 물어야 한다. 당신이 한 행동은 국제법 위반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러시아와 중국의 다음 행동도 막을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전쟁은 ‘침묵의 동의’ 속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