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도 주목할 결제 패러다임 변화
2025년 6월, 리플(Ripple)은 ‘슬리피지 보호(slippage protection)’ 기능이 내장된 디지털 자산 거래 시스템에 대한 신규 특허를 공개했다. 이 특허는 기존 암호화폐 시장의 고질적 문제였던 가격 변동성 리스크를 제거하고, XRP를 비롯한 다중 디지털 자산을 안정적으로 전송·결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리플이 올해 출시한 스테이블코인 RLUSD와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된 이 시스템은, 향후 글로벌 결제 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도에 구조적 전환을 불러올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 슬리피지 제거 기술, 스테이블코인의 진화 가속화
리플의 이번 특허는 XRP뿐 아니라 RLUSD, USDT, USDC 등 여러 스테이블코인을 거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범용 설계되었다. 핵심은 중개 자산의 가격이 전송 중 변동하더라도, 송금인이 사전에 약정한 금액을 수취인이 정확히 받도록 자동 보정해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RLUSD를 통해 결제를 진행할 경우, 수취인이 받는 금액은 거래 체결 시점의 고정 환율이 보장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불안 요소인 시장 유동성 부족 시 발생하는 환율 미끄럼(slippage)을 해결함으로써, 대형 기관 거래에서의 신뢰성과 채택 가능성을 대폭 끌어올리는 핵심 기술이 된다.
특히 이 기술은 “스테이블코인만으로는 부족했던 ‘환율 보장’ 기능”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주며,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확장을 본격화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즉,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단순한 디지털 달러의 복제판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글로벌 거래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확보하는 것이다.

■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이 특허가 의미하는 것은?
한국의 빅테크 결제 기업인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페이 등은 이미 일상 속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았지만, 현재 구조는 대부분 원화 기반의 국내 폐쇄형 생태계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리플이 제시하는 시스템은 스테이블코인 기반 글로벌 실시간 결제 인프라로, 사용자는 국경을 넘는 거래에서도 환율 손실 없이 정확한 송금과 정산이 가능하다.
이 점에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는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된다.

- 경쟁자의 등장으로 인한 위협
리플의 특허 기술과 스테이블코인(RLUSD)은 결국 글로벌 송금·결제 시장에서 위챗페이, 알리페이, 페이팔, 그리고 국내 간편결제 플랫폼과도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검토하거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실험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리플의 특허 기술이 글로벌 표준이 될 경우 한국 플랫폼이 기술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형성될 수 있다. - 기술 제휴 및 통합을 통한 기회 창출
반대로 리플의 네트워크에 한국의 간편결제 플랫폼이 연동된다면 어떨까? 예컨대 카카오페이 내에서 RLUSD를 통한 해외 송금이나 해외 결제를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 있다면, 이는 사용자에게 환전 수수료나 처리 시간 없이 국경 간 결제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기능이 된다. 실제 리플은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금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디지털 결제 인프라 수출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에 조기 진입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
■ 규제와 금융당국의 역할
이러한 기술 진보는 결국 규제의 방향성에 따라 실현 여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CBDC 시험 발행과 스테이블코인 관리 체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거래 가능 여부, 간편결제 사업자의 디지털자산 취급 자격, 클라이언트 풀 개념의 유동성 관리 방식이 현행 자금세탁방지 기준과 어떻게 조응하는가 등의 쟁점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같은 기업들은 단순한 결제 기능 제공을 넘어, ‘디지털 유동성 관리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 맺음말
리플의 슬리피지 보호 특허는 단순히 송금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핵심 안전장치이며, 글로벌 디지털 금융질서의 경쟁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게임체인저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기술을 수입해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글로벌 인프라와 연결되는 주체로서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다음 선택은, 곧 한국형 디지털금융 플랫폼이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