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전쟁의 서막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미래 기술 패권을 둘러싼 ‘인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첨단 기술 인력이 곧 국력인 시대, 지난 10년 중국과 한국은 인재 양성 전략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다른 길을 걸어왔다. 중국이 국가의 역량을 ‘공학’에 집중하며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사이, 한국은 ‘의대’ 쏠림 현상으로 기초과학과 핵심 산업의 경쟁력 기반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중국 제조 2025’ 등 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 AI, 로봇공학, 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집중하며 공학 인재를 적극 육성한다.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수월성 교육을 실시하고 칭화대, 베이징대 같은 명문대에서 최고 수재를 선발해 첨단 연구로 유도한다. 해외 유학파의 귀국 장려책과 더불어 과학기술인을 국가 영웅으로 대우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중국의 인재 전략은 ‘국가 주도 기술 혁신’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움직인다. KBS 다큐인사이트 ‘인재전쟁’이 조명했듯, 중국의 최우수 인재들은 AI, 반도체, 로봇공학 등 첨단 공학 분야로 대거 유입된다. 이는 단순히 시장 수요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맞물린 전략적 전환이다.
중국 정부는 공학 인재들에게 높은 사회적 지위와 파격적인 처우를 보장하며 이들을 ‘애국 인재’로 예우한다. 칭화대, 베이징대 등 명문 공대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환경을 제공하며, 중국은 이들을 통해 ‘창조 국가’로의 대전환을 시도 중이다. 공학자들이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기술 자립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곧 글로벌 기술 경쟁력의 원천이 다.

최근 미국 NSF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약 4만3천 명의 이공계 박사를 배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공학 박사 비율도 3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대규모 인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의대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이미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의대’를 목표로 하는 거대한 입시 경쟁쟁이 시작된다. 이러한 극단적인 쏠림은 기초과학자의 경제적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상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제공하는 압도적인 소득과 사회적 지위, 그리고 평생 보장되는 경제적 안정성은 모든 선택을 우선한다. 결과적으로, 이공계의 처우 불만과 불투명한 미래는 우수 인재들의 기피를 당연한 흐름으로 만들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따르면 학생들이 의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공계에 비해 안정적 직업과 높은 소득 때문이다. 수능 중심의 획일적 입시 제도가 이를 가속화하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일수록 의대 진학을 목표로 사교육에 집중한다. 심지어 한국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 공대생도 의대 진학을 위해 중도 이탈하는 상황이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핵심 산업에서 고급 기술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산업기술인력 부족 인원은 2020년 3만6천여 명에서 2022년 약 3만8천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공계 대학원의 절대적 규모가 감소 추세로 돌아서면서 향후 고급 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국 과학기술인의 해외 유출도 심각한 문제다. 최근 미국 영주권 비자(EB-1·EB-2) 발급 현황을 보면 한국인은 인구 대비 중국, 인도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로 이공계 고급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인재 전략은 미래 경쟁력에 결정적 차이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공학 중심의 인재 육성으로 기술 패권을 노리는 가운데, 한국은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인해 미래 첨단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가적 차원의 인식 전환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은 이제 의대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미래형 인재 양성을 위한 근본적 정책 변화를 꾀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이공계 인재 처우 개선, 안정적인 연구 환경 구축,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 확충 등이 필요하다. 정부가 장학금 지원 확대와 연구비 투자를 늘리고, 과학기술인의 성공 사례를 널리 알리는 등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한강의 기적이 다시 일어나려면, 과학기술입국의 초심을 되살리고, 국가의 경쟁력과 생존을 위한 전략적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